열이 나는 원인을 짧은 시간 내에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세한 병력, 반복적인 신체검사, 필요에 따라 검사실 검사, 방사선학 검사, 내시경 검사, 조직 검사 등이 필요합니다. 발열의 원인을 진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성인지 비감염성인지 감별하는 것과, 감염에 의한 경우 감염의 병소를 규명하는 것입니다.
자세한 병력이 어떤 임상증상보다 중요합니다. 열이 나는 양상이 원인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장티푸스 환자에서 비교적 지속되는 열, 삼일열 말라리아 감염에서 48시간마다 반복되는 열, 호지킨씨 림프종에서 1-2주를 주기로 반복되는 열(Pel-Ebstein 열)이 그러한 예입니다. 하지만 해열제, 항생제,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경우에는 전형적인 열의 형태가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노인, 화상 환자, 척수 손상 환자, 신부전, 간부전 환자에서는 감염에 대한 발열 반응이 약하거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열이 나는 환자에 대한 정보도 중요합니다. 환자의 연령에 따라 쉽게 발생하는 감염증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인 환자에서는 세포 면역의 저하로 재활성화된 결핵이나 종양에 의한 열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환자의 여행 경험과 군인 복무 지역도 중요한 정보일 수 있습니다.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 장티푸스 등은 특정 지역의 거주 또는 여행과 관련이 있습니다.
환자의 과거 병력 또한 중요한 단서를 줄 수 있습니다. 인공 혈관, 인공 관절, 인공 판막, 심박동기, 담도 배액관 등의 인공 기구를 체내에 가지고 있는 경우 감염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만성질환 환자에서 특정 부위의 감염증이 잘 생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발 감염은 당뇨병 환자에서 흔한 감염입니다. 비장 절제술을 받은 환자는 피막성 세균(S. pneumoniae, H. influenzae 등)에 의한 감염이 흔합니다. 장기간 항생제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내성균주(약제에 저항성이 감해짐)에 의한 감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약물이 열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약물 복용력도 고려해야 합니다. 약물로 인한 열은 주로 결핵약, 항생제와 같은 특정 약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일어납니다. 보통 약물을 사용한 지 7-10일경에 발생하고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1-2일 내에 열이 떨어집니다. 피부 발진이나 호산구 증가증(백혈구의 일종인 호산구 증가)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발열의 원인을 감별할 때 계절적, 지역적 유행 질환에 대한 정보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매년 가을철에 유행하는 3대 감염성 발열 질환으로 쯔쯔가무시병, 신증후군 출혈열, 렙토스피라증이 있습니다.
자세한 병력 청취와 함께 신체검사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신체검사에서 항상 열이 나는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적 간격을 두고 반복적으로 신체검사를 시행한다면 절반 이상에서 이상 소견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신체검사에서 발견된 이상 소견은 다음으로 시행해야 할 검사실 또는 방사선 검사 등의 선택을 위한 중요한 길잡이가 됩니다.
열이 나는 원인을 찾는 검사로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영상의학적검사, 내시경검사, 조직검사 등이 있습니다. 병력과 신체검사에서 확실한 진단이 예상되는 질환에 초점을 맞추어 검사를 진행하면 됩니다. 하지만 열의 원인이 확실하지 않을 경우에는 열에 대한 일반적인 선별검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하다면 같은 검사를 정기적으로 다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A형 간염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처음 혈액 검사(Anti-HAV IgM 혈청검사)에서는 진단이 안 되었지만, 1주 정도 경과 후 재검사 시 A형 간염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진단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열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원인 질환을 밝힐 수 없는 발열을 불명열이라고 합니다.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감염 질환, 악성 종양, 류머티스 질환과 같은 전신 염증성 질환이 있습니다.